산 분해·혼합 간장 속 ‘3-MCPD’ 유해물질 줄인다
2021.07.26 18:30-한국일보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@hankookilbo.com
[알기 쉬운 식품ㆍ의료제품 이야기] 신영민 식품의약품안전처 유해물질기준과장
간장은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진 전통 식품으로 음식 맛을 맛깔스럽게 해 준다. ‘장은 오래 묵혀야 좋다’고 했는데 과학적으로도 밝혀진 사실이다. 숙성 기간이 길수록 미생물 발효 등으로 콩에 든 단백질이 더 많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깊은 감칠맛을 낸다.
전통 간장은 메주를 소금물에 띄워 오랜 기간 발효ㆍ숙성해야 한다. 이에 발효 기간을 단축하는 새로운 간장 제조법이 개발됐다. 콩ㆍ곡류 등에 누룩균을 배양해 6~12개월 발효ㆍ숙성된 ‘양조간장’, 단백질 원료를 효소로 가수분해한 ‘효소 분해 간장’, 식용 염산으로 분해해 만든 ‘산 분해 간장’, 양조간장과 산 분해 간장을 섞은 ‘혼합 간장’ 등이다. 이들 간장은 어울리는 식품도 서로 다르다.
그런데 1996년 산 분해 간장에서 3-MCPD(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)라는 유해 물질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. 2013년 국제암연구소(IARC)는 3-MCPD를 암 유발 가능 물질(Group 2B)로 분류했다. 3-MCPD는 염소(Cl)가 지방 성분과 반응해 만들어지므로 산 분해 간장뿐만 아니라 식용 유지ㆍ마가린ㆍ쿠키 등에서도 미량 검출된다. 다만 산 분해 간장은 콩의 단백질을 분해하기 위해 식용 염산(HCl)을 사용하므로 3-MCPD가 생기기 쉬워 유독 주목받았다.
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 분해 간장과 혼합 간장에 대해 3-MCPD 기준(0.3㎎/㎏, 즉 0.3ppm)을 정하고, 제조 과정에서 3-MCPD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규범을 개발해 제조업체에 보급했다.
업계도 함께 노력해 1996년 10ppm이었던 산 분해 간장의 3-MCPD 검출량이 2002년 0.15ppm으로 크게 낮아졌다. 2019년 식품의 3-MCPD 기준 규격 재평가에서도 식품 섭취를 통한 우리 국민의 3-MCPD 노출량이 안전한 수준으로 확인됐다.
그렇지만 추가적인 저감 여지가 있기에 3-MCPD 수준을 줄이려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. 식약처는 산 분해 간장과 혼합 간장의 3-MCPD 기준을 0.3ppm에서 내년까지 0.02ppm으로 강화키로 했다. 또 소비가 늘고 있는 가정간편식을 대상으로 3-MCPD 검출량을 조사하기로 했다.
이런 노력을 통해 산 분해 간장과 혼합 간장의 안전성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. 또한 국민이 쉽고 정확히 제품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표시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.
신영민 식품의약품안전처 유해물질기준과장